분명이 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공간이 있다. 흔히 '데드 스페이스'라고도 불리는 공간은 디자인에 따라 그저 허공으로 흩어질 수도, 혹은 이색적이고 실용도까지 높은 알짜 공간이 될 수도 있는 유연한 자투리 공간 중 하나다. 자투리 공간은 집의 규모가 워낙 넓어 신경 쓸 겨를이 없거나, 구조상 안전의 이유라면 무리할 필요 없이 그냥 여백으로 두어도 무방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어 있는 모습이 허전하게 느껴지거나 그만큼의 면적에 아쉬움이 남을 여지가 있다면 이 알파 공간을 절대 놓치지 말자. 실용성이라는 것을 제쳐두고라도, 무의미한 공백보다 존재감있는 누군가의 '자리'가 되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작은 베란다를 나만의 다락방으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베란다 공간이 좁은 집이라면 더욱 아늑함을 살릴 수 있어 단점을 장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베란다 구석에 꼭 맞춘 작은 원목 벤치를 놓아두고, 패브릭 쿠션과 작은 화분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배치해 아늑한 혼자만의 공간으로 연출하였다. 자투리 벽면에는 철제 선반을 달아 읽을 책과 소지품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을과 겨울철에는 여기에 따뜻한 색감의 장모 러그나 카펫을 깔아주면 더욱 포근하게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 속에선 계단 밑 공간을 편안하게 걸터앉아 고요한 시간을 즐기거나 독서 등을 즐길 수 있는 미니 휴식처로 꾸몄다. 안쪽에 비치한 선반은 귀여운 소품들로 채워 장식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책 등을 수납할 수도 있다.
국내 아파트에는 항상 거실에만 베란다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침실 바로 앞에 베란다가 있는 구조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침실과 베란다과 인접해있는 특성을 살려 침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기능을 더할 수 있다. 사진 속 베란다는 거실과 침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간이벽과 커튼으로 개폐가 가능한 구조로, 이 점을 살려 베란다를 침실 분위기의 연장선 상에서 아름답게 꾸몄다. 베란다와 침실 사이의 간이벽에 선반을 설치해 미니 테이블로 활용하고, 베란다에는 마치 돌침대처럼 높게 단을 올려 미니 침실처럼 연출하였다. 잠이 쉬이 오지 않는 밤이나 잠들기 직전 고즈넉한 몽상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몇 걸음만 이동하면 된다. 천장과 벽면의 작은 조명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푹신한 방석과 쿠션, 러그는 편안함을 더한다.